시계의 다이얼을 덮고 있는 투명한 부분을 흔히 “유리”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서로 성질이 다른 세 가지 소재가 쓰입니다. 명품 시계 사양표에 거의 빠짐없이 나오는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무엇이고, 다른 소재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세 가지 소재 한눈에 보기
| 항목 | 사파이어 크리스털 | 미네랄 글라스 | 아크릴(플렉시) |
|---|---|---|---|
| 재료 | 인공적으로 만든 사파이어 결정 | 강화 처리한 유리 | 플라스틱 |
| 긁힘 | 매우 강함 | 보통 | 약함 |
| 강한 충격 | 깨질 수 있음 | 깨질 수 있음 | 금이 가도 산산조각 나지 않음 |
| 흠집 수리 | 교체 | 교체 | 연마로 흠집 제거 가능 |
| 주로 쓰이는 곳 | 대부분의 명품 시계 | 중저가 시계 | 빈티지 시계, 일부 복각 모델 |
사파이어 크리스털
시계에 쓰는 사파이어는 보석으로 캐낸 것이 아니라, 알루미늄 산화물을 높은 온도에서 녹여 인공적으로 키운 결정입니다. 성분은 천연 사파이어와 같고 색만 없는 투명한 상태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긁힘에 강하다는 점입니다. 광물의 단단함을 나타내는 모스 경도로 9에 해당해, 10인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합니다. 열쇠, 동전, 책상 모서리처럼 일상에서 부딪히는 물건 대부분은 사파이어보다 무르기 때문에 흠집을 내기 어렵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단단한 만큼 휘어지지 않아서, 딱딱한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처럼 강한 충격을 한 점에 받으면 깨지거나 모서리가 이 빠지듯 떨어져 나갈 수 있습니다. 또 표면에서 빛이 잘 반사되기 때문에 코팅이 없으면 거울처럼 비치기 쉽습니다.
미네랄 글라스
일반 유리를 열이나 화학 처리로 강화한 소재입니다. 모스 경도로 대략 5~6 정도여서 사파이어보다 흠집이 잘 납니다. 대신 만들기 쉽고 값이 싸 중저가 시계에 많이 쓰입니다. 흠집이 생기면 연마로 없애기 어렵고 유리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아크릴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가장 무르고 흠집이 잘 납니다. 대신 충격을 받아도 날카로운 파편으로 부서지지 않고, 표면의 가벼운 흠집은 연마제로 문질러 지울 수 있다는 독특한 장점이 있습니다. 1960~70년대 시계에 흔했고, 지금은 그 시절 분위기를 되살린 복각 모델에서 주로 볼 수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현행 모델에서 아크릴 계열 크리스털을 계속 쓰는 대표적인 시계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프로페셔널입니다. 같은 모델을 “헤살라이트”라고 부르는 아크릴 계열 크리스털 버전과 사파이어 크리스털 버전으로 나눠 판매해, 구매자가 전통적인 느낌과 긁힘에 강한 실용성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아크릴은 빛을 부드럽게 굴절시켜 다이얼 가장자리가 살짝 왜곡되어 보이는 특유의 따뜻한 느낌이 있습니다.
무반사 코팅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빛을 많이 반사해서, 밝은 곳에서는 다이얼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표면에 얇은 막을 입히는 것이 무반사 코팅입니다.
- 안쪽 면 코팅: 다이얼 쪽 면에만 입힙니다. 긁힐 일이 없어 오래갑니다.
- 양면 코팅: 바깥쪽까지 입혀 반사가 가장 적습니다. 다만 바깥 코팅은 사파이어보다 무르기 때문에 오래 쓰면 잔흠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코팅된 크리스털은 각도에 따라 옅은 푸른빛이나 보랏빛이 비치는데, 이는 코팅의 정상적인 특징입니다.
모양에 따른 차이
크리스털은 소재뿐 아니라 모양도 다양합니다. 평평한 플랫형은 반사가 고르고 가장 흔합니다. 가운데가 볼록 솟은 돔형은 빈티지한 분위기를 주지만 빛 반사가 곡선을 따라 생깁니다. 날짜 창 위를 볼록 렌즈처럼 만들어 숫자를 크게 보여 주는 확대 렌즈를 붙인 모델도 있습니다.
사양표에서 확인하는 법
사양표의 “크리스털” 또는 “글라스” 항목을 보면 됩니다.
- “Sapphire crystal” 또는 “사파이어 크리스털”이라고 적혀 있는지
- “Anti-reflective coating”이라는 무반사 코팅 표기가 있는지, 있다면 안쪽인지 양면인지
- 뒷면이 투명하다면 뒷면 유리도 사파이어인지
명품 시계는 대부분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쓰므로, 오히려 다른 소재를 쓴 모델이라면 그 이유가 빈티지 분위기를 살리려는 의도인지 확인해 보면 좋습니다.
뒷면 유리도 같은 기준으로
무브먼트가 보이는 투명 뒷면을 가진 시계라면 뒷면 유리의 소재도 확인해 보세요. 명품 시계는 뒷면에도 대부분 사파이어를 쓰지만, 모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뒷면은 손목과 책상에 자주 닿는 부분이라 앞면만큼 흠집이 생기기 쉽습니다.
크리스털의 흠집, 어디까지 괜찮을까
사파이어 크리스털에 흠집이 났다면 대부분 모래 속 단단한 광물, 세라믹, 다른 시계의 사파이어처럼 비슷하게 단단한 물질과 부딪힌 경우입니다. 빛에 비춰야 겨우 보이는 가는 흠집은 시간을 읽는 데 문제가 없지만, 가장자리에서 시작된 이 빠짐은 조금씩 커질 수 있으므로 점검을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크리스털을 교체할 때 알아 둘 점
크리스털에 흠집이 심하거나 깨졌다면 교체해야 합니다. 이때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 같은 규격으로 교체하기: 크리스털은 모델마다 지름, 두께, 모양이 다릅니다. 규격이 맞지 않으면 방수 성능이 떨어지고 모양도 달라집니다. 가능하면 정품 부품을 쓰는 곳에 맡깁니다.
- 방수 시험을 함께 받기: 크리스털을 바꾸면 가스켓을 새로 끼우므로, 교체 뒤에는 방수 시험으로 제대로 막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깨진 채로 차지 않기: 금이 간 크리스털 사이로 먼지와 습기가 들어가면 다이얼과 무브먼트까지 상할 수 있습니다. 작은 금이라도 빨리 수리하는 것이 수리비를 줄이는 길입니다.
관리할 때 기억할 점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긁힘에 강하다고 해서 관리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모래나 먼지에 섞인 단단한 광물은 코팅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닦을 때는 먼저 먼지를 털어 내고 부드러운 천으로 닦습니다. 크리스털에 금이 가거나 이가 빠졌다면 방수 성능이 떨어졌을 수 있으니 물에 닿지 않게 하고 바로 수리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크리스털을 바꾼 뒤 방수를 다시 확인하는 방법은 방수 관리 글에, 중고 시계를 볼 때 크리스털 상태를 확인하는 요령은 중고 시계 체크리스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