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방수 성능을 오래 유지하는 관리법

“100m 방수”라고 적힌 시계라도 몇 년이 지나면 그 성능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방수는 시계를 만들 때 한 번 정해지는 성능이 아니라, 관리에 따라 유지되거나 떨어지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방수 성능을 오래 지키는 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방수는 어디서 지켜질까

시계 케이스에는 물이 들어올 수 있는 틈이 여러 곳 있습니다. 크리스털과 케이스가 만나는 곳, 뒷면 뚜껑, 용두, 크로노그래프 버튼입니다. 이 틈마다 가스켓이라고 부르는 고무나 합성수지 링이 끼워져 있어 물을 막습니다.

문제는 이 가스켓이 소모품이라는 점입니다. 고무는 시간이 지나면 탄력을 잃고 굳거나 갈라집니다. 뜨거운 물, 화학 성분, 햇빛, 온도 변화는 이 과정을 앞당깁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가스켓이 약해지면 물이 스며들 수 있습니다.

용두와 버튼 다루는 습관

물이 들어오는 가장 흔한 통로는 용두입니다. 그래서 다이버 워치를 만드는 브랜드들은 용두에 공을 많이 들입니다. 300m 방수의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트립록”이라고 부르는 세 겹 밀봉 구조의 용두를 케이스에 나사처럼 돌려 잠그고, 케이스에서 튀어나온 가드로 용두를 감싸 충격에서 보호합니다. 이렇게 공들인 용두도 끝까지 잠그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점은 어느 시계나 같습니다.

  • 돌려 잠그는 용두는 끝까지 잠그기: 시간을 맞춘 뒤 용두를 눌러 넣으면서 시계 방향으로 돌려 끝까지 잠급니다. 살짝 덜 잠근 상태로는 표시된 방수 성능이 나오지 않습니다.
  • 잠글 때 과하게 조이지 않기: 끝까지 닿은 뒤 더 힘을 주면 나사산이 상할 수 있습니다. 부드럽게 멈추는 지점까지만 돌립니다.
  • 물기 있을 때 용두 만지지 않기: 손이 젖었거나 시계가 물에 닿은 직후에는 용두를 당기지 않습니다.
  • 크로노그래프 버튼은 물 밖에서만: 버튼은 눌리는 순간 케이스와의 사이에 틈이 생깁니다.

물에 들어가기 전과 나온 뒤

들어가기 전

  1. 시계의 방수 등급이 그 활동에 충분한지 확인합니다.
  2. 용두와 버튼이 모두 잠겨 있는지 손끝으로 확인합니다.
  3. 가죽 스트랩이라면 물에 강한 러버나 금속으로 바꾸거나 시계를 풀어 둡니다.

나온 뒤

  1. 바닷물이나 수영장 물에 들어갔다면 민물로 가볍게 헹굽니다. 소금과 소독약 성분이 남으면 가스켓과 금속을 상하게 합니다.
  2. 부드러운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브레이슬릿 틈의 물기도 털어 냅니다.
  3. 완전히 마르기 전에는 용두를 당기지 않습니다.

방수에 해로운 생활 습관

습관 왜 해로운가
뜨거운 샤워, 사우나, 온천 열로 가스켓이 늘어나고 굳습니다. 온도 차로 내부에 습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비누, 샴푸, 선크림이 닿은 채 두기 화학 성분이 가스켓을 약하게 합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오래 두기 가스켓이 빨리 노화합니다
찬물과 더운물을 번갈아 닿게 하기 금속과 유리, 고무가 늘었다 줄었다 하며 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장비 없이 뒷면 열기 가스켓이 제자리를 벗어나거나 상합니다

크리스털 안쪽에 김이 서렸다면

크리스털 안쪽에 뿌옇게 김이 서리거나 물방울이 보인다면 습기가 이미 케이스 안으로 들어왔다는 신호입니다. 이때는 다음 순서로 대처합니다.

  1. 즉시 물에서 멀리하고 용두를 당기지 않습니다.
  2.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려 하지 않습니다. 열이 가스켓과 부품을 더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3. 가능한 한 빨리 서비스 센터에 맡깁니다. 습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이얼 변색과 부품 녹으로 번집니다.

찬 에어컨 바람을 쐬다가 더운 바깥으로 나갔을 때 잠깐 생긴 옅은 김이 금방 사라진다면 온도 차 때문일 수 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점검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방수 점검은 언제 받을까

방수 점검은 시계에 공기압이나 수압을 가해 새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끝납니다.

  • 물에 자주 들어가는 시계: 1년에 한 번 정도
  • 쿼츠 시계의 배터리를 바꿀 때: 뒷면을 열었다 닫으므로 이때 함께 받는 것이 좋습니다
  • 충격을 받았거나 크리스털이 깨졌을 때: 틈이 생겼을 수 있으므로 바로
  • 여름 휴가나 물놀이 전: 오래 점검하지 않았다면 떠나기 전에

방수 점검은 어떻게 할까

서비스 센터와 수리점에서 쓰는 방수 점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공기압 시험: 시계를 밀폐된 통에 넣고 공기압을 가했다가 뺄 때 케이스가 미세하게 부풀거나 줄어드는 정도를 재서 새는 곳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시계에 물을 대지 않으므로 먼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수압 시험: 시계를 물속에 넣고 압력을 가해 물이 들어오는지 확인합니다. 실제 물속 환경과 가장 가깝습니다.

점검 결과 가스켓이 약해졌다면 새 가스켓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방수 성능을 되살릴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쿼츠 시계의 배터리 교체와 방수

쿼츠 시계는 배터리를 바꾸려면 뒷면을 열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스켓이 비틀리거나 먼지가 끼면 방수 성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방수가 중요한 시계라면 배터리 교체를 방수 점검 장비가 있는 곳에 맡기고, 교체 뒤 방수 시험까지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면 가스켓도 함께 새것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세요.

가스켓은 얼마나 자주 바꿀까

가스켓은 눈에 보이지 않아 교체 시기를 놓치기 쉽습니다. 오버홀을 받을 때는 대부분 모든 가스켓을 새것으로 바꾸고, 그 사이에는 방수 점검 결과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바꿉니다. 물에 자주 들어가는 시계라면 방수 점검을 받을 때 가스켓 상태를 함께 물어보고, 교체 여부와 날짜를 기록해 두세요. 다음 점검 때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물놀이 계획이 없는 시계라도 방수 성능은 비와 땀, 손 씻기 같은 일상의 물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물에 들어가지 않는 시계라고 방수 관리를 완전히 미뤄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내 시계의 방수 표시가 어떤 활동까지 허용하는지는 방수 표시 읽는 법에서, 가스켓이 전부 새것으로 바뀌는 전체 점검은 오버홀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수 성능은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마지막 점검 날짜를 보증서 옆에 적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관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