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매틱 시계의 날짜와 시간 설정 시 주의할 점

오토매틱 시계를 처음 사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 날짜와 시간 설정입니다. 휴대폰처럼 아무 때나 숫자를 바꿔도 될 것 같지만, 기계식 시계는 날짜를 바꾸면 안 되는 시간대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용두의 역할부터 안전하게 설정하는 순서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용두의 단계별 역할

날짜 표시가 있는 일반적인 오토매틱 시계는 용두를 당기는 단계마다 역할이 다릅니다.

용두 위치 역할
0단(눌러 넣은 상태) 태엽 감기(손 감기가 되는 모델)
1단(한 번 당김) 날짜 빠르게 바꾸기
2단(두 번 당김) 시침과 분침 돌리기

모델에 따라 순서나 단계 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용두를 돌려 잠그는 방식이라면 먼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 풀어야 0단 위치가 됩니다. 설명서에서 내 시계의 단계를 먼저 확인하세요.

날짜는 어떻게 바뀔까

기계식 시계의 날짜는 자정에 한순간 “딸깍”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 밤이 되면 날짜를 넘기는 톱니가 날짜판에 천천히 걸리기 시작하고, 몇 시간에 걸쳐 조금씩 밀다가 자정 무렵 다음 날짜로 넘깁니다.

이렇게 톱니가 날짜판에 맞물려 있는 동안 용두로 날짜를 억지로 돌리면, 맞물린 부품에 반대 방향의 힘이 걸려 톱니가 휘거나 부러질 수 있습니다. 수리하려면 무브먼트를 분해해야 하므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날짜를 바꾸면 안 되는 시간대

일반적으로 밤 9시부터 새벽 3시 무렵이 날짜를 바꾸면 안 되는 시간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범위는 무브먼트마다 다르므로 설명서에 적힌 시간을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설명서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넉넉하게 밤 8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피한다고 기억해 두면 됩니다.

주의할 점은 시계가 멈춰 있을 때입니다. 멈춘 시계의 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이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바늘이 10시에 멈춰 있다면 그것이 밤 10시일 수도 있습니다.

안전하게 설정하는 순서

  1. 용두를 2단까지 당깁니다. 시침을 돌려 6시 근처로 옮깁니다. 6시 근처는 날짜 톱니가 날짜판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안전한 위치입니다.
  2. 용두를 1단으로 밀어 넣습니다. 날짜를 원하는 날짜의 하루 전으로 맞춥니다.
  3. 다시 2단으로 당깁니다. 바늘을 시계 방향으로 돌려 날짜가 넘어가는 것을 확인합니다. 날짜가 바뀌었다면 그 순간이 자정입니다.
  4. 원하는 시간까지 계속 시계 방향으로 돌립니다. 지금이 오후 3시라면 자정을 지난 뒤 12시간을 더 돌려 오후 3시에 맞춥니다. 자정을 지나 오전 3시에서 멈추면 오전과 오후가 뒤바뀝니다.
  5. 용두를 0단으로 눌러 넣습니다. 돌려 잠그는 방식이라면 끝까지 잠급니다.

이 순서를 따르면 오전과 오후가 뒤바뀌는 실수와 위험한 시간대에 날짜를 바꾸는 실수를 모두 막을 수 있습니다. 처음 몇 번은 설명서를 옆에 펴 두고 한 단계씩 따라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요일 표시가 있는 시계

날짜와 요일이 함께 표시되는 시계는 설정이 한 단계 더 있습니다. 모델에 따라 용두를 1단에서 한쪽으로 돌리면 날짜, 반대쪽으로 돌리면 요일이 바뀌는 방식이 많습니다. 요일도 날짜처럼 밤 시간대에 바꾸면 안 되므로, 앞에서 설명한 대로 시침을 6시 근처로 옮긴 뒤 요일을 먼저 맞추고, 그다음 날짜를 맞추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요일 표시가 영어와 다른 언어로 번갈아 나오는 모델도 있으니 원하는 언어가 나올 때까지 돌리면 됩니다.

초 단위까지 맞추는 요령

용두를 2단까지 당겼을 때 초침이 멈추는 기능을 해킹이라고 부릅니다. 해킹 기능이 있다면 다음처럼 초까지 맞출 수 있습니다.

  1. 초침이 12를 가리키는 순간 용두를 2단으로 당겨 멈춥니다.
  2. 분침을 기준 시각보다 1~2분 앞으로 돌린 뒤, 정확한 시각이 되기 직전의 분 눈금에 맞춥니다.
  3. 휴대폰 시계가 정확히 0초가 되는 순간 용두를 눌러 넣습니다.

분침을 맞출 때는 목표보다 살짝 지나갔다가 되돌아오는 방식으로 맞추면 톱니 사이의 작은 유격이 줄어 더 정확합니다.

한 달의 끝날 처리하기

일반적인 날짜 표시는 모든 달을 31일로 계산합니다. 그래서 30일까지 있는 달의 다음 날, 그리고 2월 말 다음 날에는 날짜를 손으로 넘겨 줘야 합니다. 이때도 위험한 시간대를 피해 낮에 용두 1단으로 날짜를 넘기면 됩니다. 달마다 날짜 수를 자동으로 계산하는 연간 캘린더나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는 예외입니다.

쿼츠 시계라면

쿼츠 시계도 날짜를 넘기는 톱니바퀴 구조를 가진 모델이 많아서, 설명서에서 날짜를 바꾸지 말라고 안내하는 시간대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쿼츠라서 아무 때나 괜찮다고 생각하기보다, 기계식과 같은 순서로 설정하는 습관을 들이면 어떤 시계에도 안전합니다. 반대로 날짜가 넘어가는 방식 자체를 바꾼 시계도 있습니다. 그랜드 세이코의 9F 쿼츠는 힘을 스프링에 모아 두었다가 한 번에 풀어, 자정 전후 5분 안에 날짜가 거의 순간적으로 넘어가도록 장인이 손으로 맞춥니다. 이렇게 날짜판에 톱니가 오래 걸려 있지 않는 구조인지는 설명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래 멈춰 있던 시계를 다시 설정할 때

며칠 이상 멈춰 있던 오토매틱 시계는 먼저 태엽을 충분히 감아 초침이 안정적으로 돌게 한 뒤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태엽이 부족한 상태에서 설정하면 곧 다시 멈추거나 오차가 크게 날 수 있습니다. 몇 번 감아야 충분한지, 로터만으로는 왜 오래 걸리는지는 오토매틱 원리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 밖에 기억할 점

  • 설정은 반드시 시계를 손목에서 풀어서 합니다.
  • 바늘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 모델도 있으므로, 가능하면 시계 방향으로만 돌리는 습관을 들이세요.
  • 설정이 끝난 뒤에는 용두가 0단으로 완전히 들어갔는지, 돌려 잠그는 방식이라면 끝까지 잠겼는지 한 번 더 확인하세요.

해외에서 시차에 맞춰 시침만 옮겨야 한다면 GMT 시계 글의 설정 순서도 함께 참고하세요. 기본은 “6시로 옮기고, 하루 전 날짜로, 자정을 지나 원하는 시간까지” 이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