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계를 보관할 때 피해야 할 환경

하루에 시계를 차는 시간은 길어야 열몇 시간입니다. 나머지 시간과 차지 않는 날에 시계는 어딘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 “놓여 있는 곳”이 시계에 해로운 환경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보관할 때 피해야 할 다섯 가지 환경을 살펴보겠습니다.

1. 자석 가까이

기계식 시계에 가장 흔하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자석입니다. 무브먼트 안의 헤어스프링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금속 스프링인데, 자기장에 노출되면 이 스프링이 자석처럼 변해 코일끼리 달라붙습니다. 그러면 스프링이 짧아진 것처럼 움직여 시계가 갑자기 하루에 몇 분씩 빨라집니다.

생활 속에서 자석이 들어 있는 물건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 스마트폰, 태블릿과 그 덮개
  • 노트북의 스피커와 덮개 부분
  • 블루투스 스피커, 헤드폰
  • 가방과 지갑의 자석 잠금장치
  • 인덕션 조리기, 냉장고 문

국제 규격 ISO 764는 일반적인 생활 자기장을 견디는 “내자성 시계”의 기준을 정해 두고 있고, 최근에는 이보다 훨씬 강한 자기장을 견디는 무브먼트도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오메가의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으로, 스위스 연방 계측 연구소(METAS)가 15,000가우스의 자기장에 무브먼트와 완성된 시계를 노출한 뒤에도 정상 작동하는지 시험합니다. ISO 764의 기준이 약 60가우스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차원이 다른 수치입니다. 그래도 보관할 때는 이런 물건과 한 뼘 이상 떨어뜨려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2. 습기가 많은 곳

욕실 선반, 세면대 옆, 창가의 결로가 생기는 자리는 피해야 합니다. 방수 시계라도 가스켓이 약해진 상태라면 습기가 조금씩 스며들 수 있고, 가죽 스트랩은 습기를 머금으면 곰팡이와 냄새가 생깁니다. 장마철에는 보관함 안에 제습제를 함께 넣어 두면 좋습니다.

3. 열과 직사광선

  • 직사광선: 창가에 오래 두면 다이얼과 바늘의 색이 바래고, 가죽 스트랩이 마르고 갈라집니다.
  • 높은 온도: 한여름 자동차 안처럼 뜨거운 곳은 무브먼트의 윤활유를 묽게 만들고 가스켓을 노화시킵니다.
  • 급격한 온도 변화: 에어컨 바로 아래나 난방기 옆처럼 온도가 크게 오르내리는 곳도 좋지 않습니다.

4. 딱딱한 곳에 그냥 올려 두기

대리석 세면대나 유리 탁자처럼 단단한 면에 시계를 올려 두면 케이스 뒷면과 금속 줄이 긁히기 쉽습니다. 다른 시계나 열쇠와 한 서랍에 섞어 두면 서로 부딪혀 흠집이 나고,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다른 시계의 광택 면을 긁기도 합니다. 시계끼리는 칸을 나눠 따로 보관합니다.

5. 먼지와 화학 성분이 많은 곳

화장대처럼 향수, 헤어스프레이, 화장품이 자주 뿌려지는 곳은 금속 표면과 가죽을 변색시킬 수 있습니다. 먼지가 많은 곳에 오래 두면 브레이슬릿 틈과 베젤 아래에 먼지가 쌓입니다.

자석의 영향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법

평소보다 시계가 갑자기 크게 빨라졌다면 자기화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나침반으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나침반을 평평한 곳에 두고 바늘이 멈추기를 기다립니다.
  2. 시계를 나침반 옆에서 천천히 가까이 가져가며 둘레를 돌려 봅니다.
  3. 나침반 바늘이 시계를 따라 크게 움직인다면 시계의 부품이 자기를 띠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휴대폰의 나침반 앱은 휴대폰 자체의 자석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기화는 대부분 서비스 센터나 수리점에서 “탈자기” 장비로 짧은 시간에 해결되며, 부품을 분해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간별 보관 요령

기간 요령
하룻밤 부드러운 트레이나 천 위에 다이얼이 위로 오게 둡니다. 자석이 있는 물건과 떨어뜨립니다
며칠~몇 주 원래 박스나 칸이 나뉜 시계 보관함에 넣습니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서랍이 좋습니다
몇 달 이상 박스에 제습제를 함께 넣고, 가끔 꺼내 태엽을 감아 움직이게 해 줍니다. 쿼츠 시계는 배터리 상태를 확인합니다

보관 전 마지막 점검

시계를 오래 넣어 두기 전에는 부드러운 천으로 땀과 먼지를 닦아 내고, 가죽 스트랩은 완전히 마른 상태인지 확인합니다. 용두가 제자리에 들어가 있고 잠겨 있는지도 봅니다. 쿼츠 시계를 몇 달 이상 차지 않을 계획이라면 배터리 상태를 점검받아 두면 배터리액이 새어 무브먼트가 상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보관함을 고를 때

칸마다 쿠션이 있어 시계끼리 닿지 않는지, 뚜껑이 있어 먼지와 빛을 막는지, 안쪽에 자석 잠금장치가 시계 가까이에 붙어 있지 않은지를 확인하세요.

워치 와인더를 써야 할까

워치 와인더는 오토매틱 시계를 올려 두면 천천히 돌려 태엽을 감아 주는 기계입니다. 시계가 멈추지 않게 해 주어 날짜와 시간을 다시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특히 날짜와 요일, 달력 기능이 많은 시계는 한 번 멈추면 설정이 번거로워 와인더가 편리합니다.

반면 와인더에 계속 두면 무브먼트가 쉬지 않고 돌아 부품이 그만큼 더 쓰이고, 와인더 자체의 모터가 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와인더를 쓴다면 회전 수와 방향을 시계 설명서에 맞게 설정하고, 모터와 시계 사이 간격이 충분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시계를 보관할 때의 순환

시계가 여러 개라면 한 시계만 계속 차고 나머지는 몇 달씩 멈춰 두기 쉽습니다. 오래 멈춰 둔 기계식 시계는 가끔씩 태엽을 감아 하루 정도 움직이게 해 주면 좋습니다. 보관함 안에 작은 메모를 두고 마지막으로 찬 날짜를 적어 두면, 오래 쉬고 있는 시계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행 중 보관

여행지에서 시계를 차지 않을 때는 전용 파우치에 넣어 캐리어 안쪽 옷 사이에 두어 충격을 줄입니다. 휴대폰이나 보조 배터리, 자석이 달린 파우치와 같은 칸에 넣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자석이 기계식과 쿼츠에 각각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는 기계식과 쿼츠 비교 글에, 보관을 포함한 하루·한 달·한 해 단위의 관리 습관은 관리 습관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15,000가우스를 견디는 시계라도 습기와 직사광선까지 막아 주지는 않으니, “자석과 떨어진, 서늘하고 건조하며 어두운 곳”이라는 기준은 어떤 시계에나 그대로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