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계를 처음 알아보면 제품 설명에 낯선 단어가 가득합니다. “자사 칼리버”, “70시간 파워리저브”, “스크류다운 크라운” 같은 표현은 뜻을 모르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품 사양표와 매장 설명에서 자주 나오는 기본 용어 15가지를 시계 속, 겉모습, 기능의 세 묶음으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시계 속을 부르는 용어 7가지
1. 무브먼트 (Movement)
시계 안에서 바늘을 움직이는 장치 전체를 말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과 같은 부분이어서, 같은 디자인의 시계라도 어떤 무브먼트가 들어 있느냐에 따라 성능과 관리 방법이 달라집니다. 무브먼트는 크게 태엽의 힘으로 움직이는 기계식과 배터리로 움직이는 쿼츠로 나뉩니다.
2. 칼리버 (Caliber)
무브먼트의 모델 이름이나 번호입니다. 자동차의 엔진 형식 이름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사양표에 “칼리버” 뒤에 숫자나 이름이 붙어 있다면, 그것이 그 시계에 들어간 무브먼트의 종류를 뜻합니다. 브랜드가 직접 설계하고 만든 무브먼트는 흔히 “자사 칼리버(인하우스 무브먼트)”라고 부르고, 전문 제조사가 만든 무브먼트를 받아 쓰는 경우와 구분합니다.
3. 수동 와인딩 (Manual Winding)
용두를 손으로 돌려 태엽을 감아 주어야 움직이는 기계식 방식입니다. 태엽이 다 풀리면 시계가 멈추므로 보통 하루에 한 번 정도 감아 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자동 감기 장치가 없어 무브먼트를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얇은 드레스 워치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4. 오토매틱 (Automatic, 자동 와인딩)
손목의 움직임으로 태엽이 저절로 감기는 기계식 방식입니다. 무브먼트 뒤쪽에 반원 모양의 추인 “로터(Rotor)”가 달려 있어, 팔을 움직일 때마다 로터가 회전하며 태엽을 감습니다. 매일 차고 다니면 따로 감지 않아도 계속 움직이지만, 며칠 풀어 두면 멈출 수 있습니다.
5. 쿼츠 (Quartz)
배터리 전기로 수정(쿼츠) 결정을 진동시키고, 그 진동을 기준으로 시간을 재는 방식입니다. 시계용 수정은 1초에 32,768번 진동하도록 만들어져 기계식보다 오차가 훨씬 작습니다. 배터리만 제때 바꿔 주면 되므로 관리가 간편한 것이 장점입니다.
6. 진동수 (Frequency)
기계식 무브먼트의 심장 박동에 해당하는 “밸런스 휠”이 1시간에 몇 번 흔들리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사양표에는 “28,800 vph(시간당 진동 수)” 또는 “4Hz”처럼 적습니다. 두 표기는 같은 뜻으로, 28,800vph가 4Hz, 21,600vph가 3Hz에 해당합니다. 진동수가 높으면 초침이 더 부드럽게 흐르듯 움직입니다.
7. 주얼 (Jewel)
무브먼트 안의 톱니바퀴 축이 닿는 자리에 박아 넣은 작은 보석 부품입니다. 대부분 인공 루비를 쓰며, 금속끼리 직접 닿아 닳는 것을 막고 마찰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25 주얼”처럼 개수로 표기하는데, 이는 보석의 값어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마찰을 줄이는 부품의 수를 뜻합니다.
겉모습을 부르는 용어 5가지
8. 케이스와 러그 (Case & Lug)
케이스는 무브먼트를 감싸는 시계의 몸통이고, 러그는 케이스 위아래로 튀어나와 스트랩을 연결하는 다리 부분입니다. 사양표의 “케이스 지름 40mm”는 용두를 뺀 케이스의 가로 폭을 뜻합니다. 좌우 러그 사이의 간격인 “러그 너비”는 스트랩을 바꿀 때 맞춰야 하는 치수로, 18mm, 20mm, 22mm가 흔합니다.
9. 다이얼과 인덱스 (Dial & Index)
다이얼은 시간이 표시되는 시계의 얼굴, 즉 문자판입니다. 인덱스는 다이얼 위에서 시간을 가리키는 표시로, 숫자 대신 막대나 점 모양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빛나도록 인덱스와 바늘에 칠한 발광 도료는 “야광(루미)”이라고 부릅니다.
10. 베젤 (Bezel)
다이얼을 둘러싼 테두리 링입니다. 장식용으로 고정된 베젤도 있지만, 돌아가는 베젤은 기능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이버 워치의 회전 베젤은 잠수 시간을 재는 데 쓰이며, 안전을 위해 한쪽 방향으로만 돌아가게 만듭니다.
11. 크라운 (Crown, 용두)
케이스 옆에 달린 작은 손잡이로, 돌리거나 당겨서 시간과 날짜를 맞추고 수동으로 태엽을 감습니다. 방수가 중요한 시계는 크라운을 케이스에 나사처럼 돌려 잠그는 “스크류다운 크라운”을 씁니다. 이런 시계는 조작이 끝나면 크라운을 다시 끝까지 잠가야 방수 성능이 유지됩니다.
12. 크리스털 (Crystal)
다이얼을 덮고 있는 투명한 유리 부분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명품 시계는 대부분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쓰는데, 인공적으로 만든 사파이어 소재로 경도가 모스 경도 9에 이릅니다. 다이아몬드(모스 경도 10) 다음으로 단단해 일상적인 긁힘에 강합니다.
기능을 부르는 용어 3가지
13. 컴플리케이션 (Complication)
시, 분, 초를 알려 주는 기본 기능 외에 더해진 모든 부가 기능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날짜 표시, 요일 표시, 스톱워치, 두 번째 시간대 표시, 달의 모양을 보여 주는 문페이즈 등이 모두 컴플리케이션에 속합니다. 기능이 많을수록 무브먼트가 복잡해지고 만들기도 어려워집니다.
14. 크로노그래프 (Chronograph)
시계에 스톱워치 기능을 더한 컴플리케이션입니다. 케이스 옆의 버튼인 “푸시버튼”을 눌러 시간 재기를 시작하고, 멈추고, 처음으로 되돌립니다. 다이얼 안의 작은 보조 다이얼(서브 다이얼)에 흐른 분과 시간이 따로 표시됩니다.
15. 파워리저브 (Power Reserve)
기계식 시계의 태엽을 가득 감았을 때 멈추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사양표에 “파워리저브 약 70시간”이라고 적혀 있다면, 가득 감긴 상태에서 풀어 둬도 약 70시간, 즉 3일 가까이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오랫동안 40시간 안팎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70시간 이상을 내세우는 무브먼트도 늘고 있습니다.
한눈에 보는 15가지 용어
| 묶음 | 용어 | 한 줄 뜻 |
|---|---|---|
| 시계 속 | 무브먼트 | 바늘을 움직이는 내부 장치 전체 |
| 시계 속 | 칼리버 | 무브먼트의 모델 이름이나 번호 |
| 시계 속 | 수동 와인딩 | 손으로 태엽을 감는 기계식 방식 |
| 시계 속 | 오토매틱 | 손목 움직임으로 태엽이 감기는 방식 |
| 시계 속 | 쿼츠 | 배터리와 수정 진동으로 움직이는 방식 |
| 시계 속 | 진동수 | 밸런스 휠이 흔들리는 빠르기 (vph, Hz) |
| 시계 속 | 주얼 | 마찰을 줄이는 인공 루비 부품 |
| 겉모습 | 케이스와 러그 | 시계 몸통과 스트랩을 거는 다리 |
| 겉모습 | 다이얼과 인덱스 | 문자판과 시간 표시 |
| 겉모습 | 베젤 | 다이얼을 둘러싼 테두리 |
| 겉모습 | 크라운 | 시간을 맞추고 태엽을 감는 손잡이 |
| 겉모습 | 크리스털 | 다이얼을 덮는 투명한 유리 |
| 기능 | 컴플리케이션 | 시·분·초 외의 모든 부가 기능 |
| 기능 | 크로노그래프 | 스톱워치 기능 |
| 기능 | 파워리저브 | 태엽을 가득 감았을 때 움직이는 시간 |
이 15가지 용어만 알아도 대부분의 제품 사양표를 읽을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시계가 생기면 사양표에서 무브먼트 방식(오토매틱, 수동, 쿼츠),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세 가지를 먼저 찾아보세요. 그 시계를 어떻게 차고 관리해야 하는지 대략 그려집니다.